생리컵

[초급/입문] 생리컵 처음 사용할 때 당황스러운 것들

lomoholic_ 2018. 2. 12. 11:41

나는 이제 생리컵으로 1주기를 보낸 왕초보다.

그래서 처음 사용할 때 당황스러운 느낌이 아주 생생한데 잊기 전에 정리해 본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해 줄 수 있을 것 같음.

 


# 포궁 길이를 못재겠다


시중(아직도 해외직구가 많지만)에 나와있는 생리컵 종류는 너무나 다양해서 크기, 길이, 탄성이 모두 다르다. 따라서 내 질 상태에 맞는 생리컵을 찾는게 중요한데 그 첫번째 할 일은 내 포궁 길이를 재는 것이다.

포궁이 뭐냐, 질 길이인데 질 입구에서 자궁경부까지의 길이다. 그러니까 가장 정확히 잴 수 있는 방법은 손가락을 넣어보는거라 한다. 하지만 내 손을 질 안에 넣는다고? 상상만해도 기절할 노릇.

일단 생리중일때 시도해야 한다. 생리중이 아닐때는 러브젤 같은 윤활유를 바르고 넣어야 아프지 않게 들어갈 수 있지만 생리중에는 포궁이 평소보다 약간 내려올 수 있기 때문에 생리중일때 재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가운데 손가락을 큰맘먹고 질 입구로 넣어본다. 자세는 스퀏트 자세(서서 무릎을 약간 굽힌)가 좋은데 해보면 생각보다 질이 일자가 아님에 놀란다. 첫번째 굴곡이 나오는데 약간 언덕같은 걸 넘으면 두 번째 공간이 나온다. 질 내부가 일자가 아니라 당황하지말고, 손가락 끝에 딱딱한 물체가 만져질때 까지 넣어야 한다. 딱딱한 물체가 바로 포궁 입구인데, 느낌은 코끝을 만지는 느낌정도로 설명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가운데 손가락을 넣어 코끝 만지는 느낌이 나면 그 길이가 자신의 포궁길이라 생각하면 된다.

포궁 길이는 가운데 손가락 세마디 다 들어가고도 포궁입구가 달랑말랑하면 긴 편, 두 마디 정도 들어가면 중간, 두 마디도 안들어가면 짧은 편이니 그 길이에 맞는 생리컵을 구매해야한다. 물론 생리컵 판매 사이트에서 이 생리컵은 니 손 두 마디야, 라고 설명되지 않으니 내 손가락이 얼마나 들어간지 재보고 그걸 실측해야 한다. 나는 손가락 세마디가 다 들어가고 좀 남아서 긴 포궁길이인데 자로 재보니 7.5센치-8센치 정도 된다. 그럼 생리컵 고를 때 일단 짧은 포궁용 브랜드는 제외해야한다.

 


# 생리컵이 너무 큰 것 같다


일단 생각보다 너무 크다. 내가 산 유니컵L은 지름이 4센치가 넘고 길이가 거의 6센치가 되니 덜컥 겁이난다. 이걸 질 속에 넣는다고? 라는 생각이 바로 든다. 내가 볼땐 이 생각이 생리컵을 쓰기위한 첫 번째 장벽일 듯, 나도 그랬으니까. 내가 만든 심리적 공포와 이미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의 경험담 중 어느쪽에 비중을 둘 것인가가 가장 중요하다. 나는 일단 나보다 먼저 사용한 사람들이 신세계라고,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이제 생리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한 말들을 믿어보기로 한다. 다들 이렇게 생각보다 크다고 한 걸 넣는 방법을 터득했고, 이미 통용되고 있으며, 생리대나 탐폰보다 좋다고 하니까 도전. 

 


# 생리컵 접기 방법을 알아봤는데 너무 어렵다


크기가 크니까 질 입구를 통과하기 어렵기에 접어 넣어야 한다. 접어서 질 입구를 통과한 생리컵은 질 속에서 지가 알아서 펴져 실링이 되도록 접는 방법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 나에게 맞는 접는 방법을 발견해야 한다. 내 질 근육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아는게 중요한데 생리컵을 접어서 넣을 경우 내 질 근육이 힘이 쎄다면 생리컵이 펴지는데 저항을 줄 수 있겠다. 반대로 질 근육 힘이 약하다면 조금 더 잘 펴질 수 있다. 따라서 질 근육과 생리컵의 탄성, 그리고 길이가 맞아야 골든컵이 되는 것.

접기 방법은 C폴드, 7폴드, 나비아폴드, 펀치다운 등 다양한데 이건 생리컵 탄성과 내 질근육에 따라 맞는 방법이 다르다. 나는 유니컵으로 펀치다운 접기로 넣을 경우 실링이 잘 되지 않아 샜는데, 나비아폴드로 접으니 실링이 잘 되었다. 나비아 폴드로 접었을 때 안에서 더 잘 펴졌다.

 


# 질 안에서 지가 펴진다는데 아플거같다


누군가는 접어서 질 입구까지 넣고 손을 놓으면 생리컵이 알아서 ‘펑’하고 펴진다고 하는데. 그 ‘펑’하고 펴질때 아플 것 같다. 펑 하고 펴질때가 내가 처음 생리컵을 본 “너무 크다”라는 느낌의 상태로 되기 때문. 하지만 질 속에서 펴질때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아무 느낌이 없다. 그래서 역으로 이게 펴진건지, 실링이 된건지 만건지 알 수가 없다. (사실 이게 더 당황)

 


# 질 안에 넣었는데 이게 실링이 된건지 안된건지 모르겠다


그렇다. 넣긴했는데 제대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왜냐면 아무 느낌이 없으니까. 그래서 생리컵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질 안에 생리컵을 넣고 두 번째나 세번 째 손가락을 넣어 생리컵 주변을 빙- 둘러 만져보면 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유투브 영상들을 보면 아주 자연스럽게 손가락으로 생리컵 주변을 빙- 둘러 만져보는것을 시연하는데 그거보고 따라했다간 화장실에서 당황해 땀만난다. 유투브 영상은 설명을 쉽게 하기위해 투명으로 된 병에 생리컵을 넣고 설명하는데 내 질은 그 투명 병처럼 일자도 아니거니과 그렇게 넓지도 않다. 질 근육으로 생리컵을 꽉 감싸고 있기 때문에 추가로 손가락이 들어갈 공간이 없어보인다. 그런데 그 상태에서 생리컵 주변을 빙- 둘러 만져보라는 건 어불성설.

그럼 어떻하지. 나는 일단 동서남북 방향으로 손가락을 넣어보기로 한다. 질 안에 생리컵이 있고, 일단 한 쪽 씩 제대로 펴졌는지 만져보는 것. 그런데 처음 손가락을 넣으니 한쪽에 찌글어져있다. 음 왠지 실링이 안된 것 같아 빼고 다시 넣어본다. 그런데 또 접혀있다. 그럼 내 질이 굴곡이 진 모양이니 질 모양대로 실링이 된건가? 잘 모르겠으니 그렇게 한 시간을 있어보니 샌다. 그럼 이게 아니군. 실링이 안된 것. 다시 나비아 폴드로 바꿔서 넣어보니 퐁하면서 펴지는 느낌이 든다. 손가락을 4 방향으로 하나 씩 넣어서 만져보니 빵빵하게 펴져있다. 이게 된거구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알아간다.

 


# 넣기는 쉬운데 잘 안빠진다


3시간 이상 안새는걸보면 실링이 된 것 같다. 이제는 한 번 빼봐야 생리양이 얼마나 나왔는지 알 수 있으니 빼보기로 한다. 혈이 흐를까봐 욕조에 들어가서 스퀏자세로 서서 오른 손으로 생리컵 꼬리를 잡고 살살 뺄 생각이었다. 엇 그런데 안빠진다. 심지어 혈이 넘쳐 샜는지 약간 묻어나오면서 생리컵 꼬리 손잡이가 미끌거린다. 미끌거리니 잡은 손은 계속 놓치고 혈이 가득차 진공상태가 되어 질 안에 꽉 껴서 나오지 않는다. 이때 너무나 당황. 이런걸로 응급실 가야하나 싶은 생각이 들 때 문득 실링을 풀어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생리컵이 질 안에서 실링 된다는 의미는 공기가 차단되어 꽉 껴있다는 것이니 그 실링을 살짝 풀어주면 될 것 같다. 손가락을 넣어 한쪽 링 부분을 눌러 공기를 넣어주니 퓨육- 하는 소리와 함께 공기가 들어간다. 이때 할 수 없이 양손을 사용. 오른손으로는 다시 생리컵 꼬리를 잡고 빼내면서 왼손으로는 컵을 양쪽으로 접는것처럼 잡아줘야 질 입구가 아프지 않게 빠진다. 결론은 뺄때는 먼저 실링을 살짝 풀고 빼면 아무 문제없이 빠진다는 것.

 


# 뺄 때는 욕조 안에서만 해야하나


처음에 뺄 때 왠지 바닥에 흘릴 것 같아서 청소하기 쉽게 욕조에서 뺐다. 역시 예상대로 사방에 혈이 튀었고, 샤워기로 모두 닦아냈는데 이건 빼는 횟수가 늘어날 수록 자연적으로 익히게되는 부분이다. 처음엔 어떻게 빼야할지 몰라 질 입구를 통과하는 순간에 생리컵 입구가 넓은 상태로 나오게 되어 혈이 흐르는데, 숙달이 되면 질 입구를 통과하는 순간의 생리컵 입구를 점점 좁힐 수 있게 되고(손가락에 어느정도 힘을 줘야하는지, 생리컵의 어느 부분을 잡아야 하는지 등) 흐르지 않게 뺼 수 있다. 이건 생리양이 많은 날과 적은 날 모두 경험해봐야 알 수 있다.

 

 

# 사용 할 때마다 소독해야 하나


누군가는 생리컵을 소독도 안하고 물로만 씻어 다시 넣는다는 것에 굉장한 불쾌감을 드러내곤하는데, 사실 당신 남친과 섹스할때 남친 소독하고 넣지 않지 않느냐, 라는 반문앞에서는 할 말이 없을 것. 왜 생리컵은 높은 기준으로 평가를 하는지 모르겠다. 의료용 실리콘이고 사용중에는 당연히 물로만 씻어도 되며 생리 후 약 한달간의 보관 전에만 소독을 하면된다. 소독도 식초와 물을 1:9로 섞어 담가두던지, 끓는 물에 젓병처럼 30초 담가 소독하면 된다.

 


# 레알 피를 보다


생리대를 사용할 때는 생리대에 묻은 피나 팬티로 넘쳐묻은피나 팬티를 너머 이불에 묻은 피를 보는 정도. 그러니까 무언가에 묻은 피를 보는 상황이었다면 생리컵을 사용할 때는 레알 흐르는 피를 본다. 물론 처음엔 당황스럽다. 생리컵을 처음 뺄 때 내 양손을 타고 흐르는 피는 마치 공포영화의 한 장면같을 수 있다. 아무튼 나는 처음 흐르는 피를 봤으니까. 하지만 두 세번째부터는 너무 자연스러워서 또 당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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